질문 21 ‘물질에서 물질묶음rūpakalāpa88이 묶여진 모습, 마음과 마음부수의 결합 모습, 특성·역할·나타남·가까운 원인, 그리고 인식과정이 생겨나는 모습 등을 아비담마에 따라 다 외우고 익히고 난 후 그렇게 익히고 외운 것에 따라 숙고하는 것만으로 물질과 정신을 파악하는 일, 위빳사나 관찰하는 일이 성취된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견해는 맞습니까?
여러 경전, 주석서, 복주서들에서 자기 자신, 혹은 다른 사람에게 실제로 생겨나고 있는 정신과 물질들을 생겨나는 대로 관찰해서 알아야만 바른 위빳사나라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전지식에 따라 숙고하는 것만으로 위빳사나가 성취된다’라고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숙고하여 대상으로 한 모든 물질과 정신은 자신, 혹은 다른 사람에게 실제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빠라맛타 실재성품이 아니라는 것, 마음속에서 유추해서 생각한 빤냣띠 개념일 뿐이라는 것들을 거듭 설명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견해를 갖고 있는 이들은 ‘경전지식에 따라 숙고하기만 하면 어떠한 법을 막론하고 분명하게 안다’라고 잘못생각합니다. ‘아직 얻지 못했던 선정, 도와 과, 열반들도 분명하게 안다’라고 잘못 생각합니다. ‘어떠한 법은 조금 덜 분명하고, 어떠한 법은 아주 분명하다’라고 알지 못하고 서로 다르지 않게, 동일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가릉빈가karavīka 새의 소리는 이전에 들어 본 적이 있는 앵무새 소리처럼 분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없는 선정, 도와 과의 법들이 자신에게 분명히 존재하는 ‘형색, 봄’ 등처럼 분명할 수는 없습니다. 아주 미묘한 선정법들이 거친 욕계법들처럼 분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숙고할 때마다 분명한 모습으로는 동일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겠습니까?경전지식으로 숙고해서 취한 대상들은 직접 알 수 있는 실재성품이 아니라 개념일 뿐이어서 숙고하는 것도 진짜 위빳사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위빳사나 수행방법론』
________________________
88 물질은 혼자서 생겨나거나 소멸하지 않고 묶음을 이루어 생겨나고 소멸한다. 최소한의 단위는 땅요소, 물 요소, 불 요소, 바람 요소, 형색, 냄새, 맛, 영양소의 여덟 가지로 구성된 물질 묶음이다. 대림스님·각묵스님 번역, 초기불전연구원,『아비담마 길라잡이』(하) pp.567~573 참조.
89 '마음속으로 숙고하게 되면 그러한 선정 등의 법들이 서로 동일하게 분명하데, 그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겠는가?'라는 의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