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별의 호두마을 명상 체험기.
  글쓴이 : alice     날짜 : 06-12-08 22:25     조회 : 6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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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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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토)


1:35pm


사실 뭔가 쓰기에는 실내가 조금 어둡다. 그러나 아무렴 어떤가.

 

지금 밖에는 눈이 온다.

밤벌레처럼 흩날리는 폼이 정말 ‘눈’같다.

진눈깨비도 함박눈도 아닌 것이... 싸락눈인가?

 

바람에 따라 무수히 흩어지는 눈은 나뭇가지에 쌓이고 돌에 쌓이고 연못에 내려앉고 지붕에도 내려앉고 내 코에 입술에 앉았다가 이내 녹아 없어져버린다.

 

차가운 곳에 쌓인 눈들은 금새 더미를 이루지만 그것도 언젠가는, 햇볕이 따스한 날에는 녹아버릴 것이다.


사실 모든 것이 이와 같았다. 새벽에 보았던 분홍빛 구름도, 아침에 찬란히 빛을 뿜던 노란 해도 지금은 없다.

있어도 다른 곳에 다른 모양으로 계속 변해가고 있을 것이다.


그토록 ‘아름답다’고 좋아했던 눈도 구름도 해돋이도 노을도 끊임없이 변하고 변하고 변한다. 무상하다.

 
 


생애도 마찬가지. ‘아름다운’ 순간들은 영원하지 않다. 고통스런 순간도 그러하다.


내 몸도 마찬가지. 마음도 마찬가지. 모든 것은 역동적이고 끊임없이 변하고... ...


‘나’가 어디 있을까? 이 뇌를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이 팔은? 이 손가락은?


가끔씩-혹은 자주- 잘라주는 이 손톱은? 머리카락은? 방금까지 ‘나’를 이루던 부분이 떨어져 나가면 그것은 여전히 나의 일부인가, 아닌가? 그러고 보니 ‘나’의 실체 역시 무상하다.






2:13pm


지금은 좌선시간이다.

방금 초콜릿 두 개랑 빈츠 4개를 꽁꽁 언 나뭇잎 사이에 묻고 왔다. 반쯤 녹아 물컹물컹해진 가나 초콜릿의 쓴 뒷맛이 입안에 아직 남아있다. 초콜릿은 정말 뒷맛이 좋지 않다.


그 단 맛의 즐거움은 순간일 뿐.


혀와 잇몸에 남은 초콜릿의 뒷맛을 관찰하며 좌선을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내가 굳이 이렇게 펜을 꺼내 이것을 쓰는 이유는 내 앞에 앞에 앉은 비구니 스님이 너무 귀엽기 때문이다.

 

스님은 꽤나 오래 좌선을 하고 계신다. 그런데 그저 앉아 계시는 것은 아니다.


스님은 대략 5초의 간격으로 몸을 마치 오뚝이처럼 좌우로 흔들고 계신다. 머리만 움직일 때도 있고 온 몸을 가볍고 빠르게 이리 저리 움직이기도 한다. 혹은 몸을 좀 더 깊이, 그리고 천천히 좌우로 흔들 때도 있다.


그러고 보니 내 앞, 옆에 앉은 분도 몸을 흔들고 계신다.

다만 앞뒤로 흔드는 것이 다를 뿐.


옴마도 가끔씩-지금은 아예 지속적으로- 고개를 비롯하여 온 몸을 앞으로 수그렸다가 돌아왔다가-를 반복하고 계신다. 방금 양 손을 무릎 위에 놓는 자세로 바꾸며 다시금 허리를 곧추세웠으나 졸음을 깨는데 별반 효과는 없는 듯 하다.


나는 졸리지 않는다. 아까 낮잠을 대략 두 시간 쯤 잔 덕분인지도 모른다.


...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

평화롭다.

 
 
...

아무래도 옴마는 감기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모양이다. 눈이 탱탱 부어있는 모습이 안쓰럽다.

옴마가 빨리 쾌차하시길.......

더불어 모두가 건강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

배의 몸부림-꿈틀거림-이 많이 줄어들었다. 어제 먹은 점심이 체해서 한 시간 전까지 계속 온 내장이 탈춤을 추었었다.


앉았거나 섰거나 걷거나 무얼 하든지 간에 복식 호흡을 하면 따라 꿈틀거리며 괴음 - 천둥소리, 혹은 괴물 코고는 듯한 소음 -을 내었던 배가 이제야 좀 잠잠하다.


내장은 탈춤을 그만 두고 이제 간간이 살풀이 춤을 추고 있다. 그래도 이정도면 다행이다.


아까 옴마 따라 요가-숫다비라 등등 -를 하고 이틀 만에 쾌변을 본 덕분인지도 모른다.

지금 옴마는 천천히 행선 - 혹은, 경행 - 을 하고 계신다. 그리고 법당 맨 뒤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스님은 이제 다시 내 앞에 앞 자리에 앉아 좌선을 하고 계신다.


나는?

좌선을 빌미로 펜을 들고 플래너 뒤 쪽을 펼쳐 다른 이들을 관찰하는 중이다. 이런, 나 자신을 관찰해야 할텐데.


...

처음에 수행 프로그램을 보았을 때는 느낌이 썩 좋지 않았다.

과연 이 곳이 믿을 만한(안전한) 곳인지  의심하고 걱정했다.


게다가 새벽 3시 30분에 기상이라니!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솔직히 새벽 4시부터 6시까지의 좌선은 고통스러웠다.


고통의 일어남, 사라짐을-그 무상함을- 관찰하려고 했지만 계속 반사적으로 고통이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즉, 성냄-이 들었다.


그 고통이란 다리의 경련과 어깨의 뻣뻣함, 허리 결림, 굳은 내장의 몸부림 따위의 사소한 것들이었지만 그 고통이 일어나는 순간에는 그것이 전부인 냥-또 영원할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대부분의 고통을 그저 바라보기 보다는 다리를 주무르고 허리를 비트는 등 무력으로 다스려 버렸다.



어릴 적, 금선사 어린이 법회에서 좌선 명상을 할 때에는 별다른 고통이 없었는데, 그 때 나는 결가부좌를 하고 앉아 몇 시간이고 그대로 불상처럼 앉아 있을 수 있었다.


너무 오래 좌선을 하지 않은 탓일까, 하체에 지방이 너무 몰린 탓일까, 소화기관이 더 약해진 탓일까.


적어도 좌선에 있어서는 그 시절의 내가 스승이다.


묘한 기분이다.


매일 10분씩 좌선을 하자...


앞으로는 적어도 좌선에 있어서는 ‘그 시절의 내가 스승’인 경우가 없도록.




3:50pm


배에서 온갖 요란한 소리가 나니 참으로 송구스럽다.


법당의 소리가 울리는 구조로 인해 이 현란한 뱃소리가 여기 앉은 모든 이에게 그야말로 생중계 되고 있는 꼴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이 뱃소리도 이점이 있다.


배에서 한번씩 큰 천둥이 칠 때마다 여기저기서 꾸벅 졸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는 모양이 보인다. (참고로 내 자리는 맨 뒷줄이다.)


그저 모든 이들이 내 고장 난 뱃소리를 죽비소리거니-하고 계속 정진하기를 바랄 뿐이다.




7:23pm


자꾸만 게으른 마음이 들었다. 졸음도 깨고 볼일도 볼 겸 두 번이나 숙소로 내려갔다.


사실 처음 내려갔을 때는 그냥 잠시 꿈나라로 떠나 버릴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만두고 5분쯤 누워 있다가 일어나기로 했다.


그리고 두 번째 내려가는 길에 무심코 읽은 벽에 붙은 어떤 글귀가 졸음을 완전히 떨쳐주었다.


‘......독화살을 맞은 이에게 잠이 웬 말이냐....... - 숫다니파타 경 - ’ 이 그것이다.


그래서 볼일만 보고 곧바로 올라오는 길에 법당 문 옆에 붙은 다른 좋은 글귀를 하나 발견했다.


‘나의 이 작은 몸 안에

모든 가르침이 다 있다

그 안에 고통이,

고통의 원인이,

그리고

모든 고통의 종식이 들어있다.'

< 붓다 >


역시 답은 내 안에 있는 것이다.


그 답을 찾는 과정이 바로 수행이고 살아가는 것이었다.


이렇게 수행하기 좋은 조건을 갖춘 곳에 와서도 헤매는 나를 돌아보며....... 과연 속세에 내려가서도 지금 얻은 작은 깨달음들을 실천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이 조차도 잡념으로 여기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겠다.

 

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 내 안에 있으므로.......


마을지기   06-12-10 14:27
순수한 알아차림은 아이처럼 천진할 뿐
알아차림의 흔적조차 없답니다
순수하고 천진한 알아차림이 더욱 깊어지고
매 순간 계속되기를....
지금 이 순간! 내 안에 모든 가르침이 이미 있습니다...!!!
말뚝   06-12-17 15:57
졸음을 깨워주던 학생이 기억나네요.

어머니랑 같이 온 모습을 보고 너무 부러웠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저도 아내랑 애들이랑 같이 가고 싶습니다.

좋은 수행 많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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