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접한 위빠사나 수행후기
  글쓴이 : 보풀     날짜 : 07-03-29 17:20     조회 : 7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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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요번에 5박 6일 수행을 마치고 무사히 인천에 도착한 김하연입니다. ^^
 
 
호두마을에 들어가기 전에 수행일정을 봤더라면 아마 못 들어갔을 겁니다.
평소 제 생활은 매우 현란하고 최근에는 더없이 방만했었거든요.
 
그래서 더욱 긴장을 했었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보다 훨씬~ 방종하게 살아서 더 긴장했었을 거예요.
 
긴장하면 안 된다고 말씀해주신 혜진스님, 사무국장(?)님, 수행하시던 스님께 매우 감사드립니다. 마음이 따땃해지더군요.
 
마지막 날도 그런 느낌이 들었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묵언 수행이 주는 평안함과 안정감이 제가 스스로 나아갈 수 있는 큰 힘이 되어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착하던 날까지 몸도 마음도 매우 피곤했었습니다.
 
행선, 좌선으로 수행하면서 제가 마치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잠시라도 지금-여기에서 나의 몸과 느낌을 매순간 느꼈던 것은 매우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마음이 어느때보다 탈이 없다는 느낌일까요.. 무어라 설명하기는 힘듭니다만 ^^
 
좌선은 아직 미숙하기도 하고 다리도 저리기도 했지만 나름 중요하다는 느낌이 있고요. 행선은 너무너무 좋습니다.
 
사실 제가 긴장을 해서 참 좋았던 것이 아닐까, 호두마을을 떠나면 도루묵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좀 했었습니다. 하루 지났는데 물론 도루묵이 되어버린 것도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느낌입니다.
 
저녁에 인천에 도착하여 익숙한 거리를 걷는데도 느낌이 굉장히 강렬하고, 좀 낯설고 뭔가 제가 좀 느리다는 느낌도 들고, 그럼에도 마음은 거칠어지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갑자기 깜짝 놀란 것이 제 발걸음을 제 생각이 앞서서 막 가려고 하는 것이 보여서 어휴 이럼 안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행장에서는 그냥 천천히 걸었으니까 몰랐는데, 밖에서 걸으니 그것이 매우 확연히 보이더군요.
 
습속에 절어있긴하지만 아주조금씩이라도 확실히 개선해 나갈 생각입니다. 
 
^^ 긴장하지 않고 매 순간 느끼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는 도중의 에피소드로, 제가 불신도는 아니지만 이런 인연이 있나 싶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혜진스님과 버스를 함께 타고 나와서 스님께서는 전주로, 저는 천안에 온 김에 아라리오 스몰시티라는 전시장으로 갔습니다.
 
제가 나름 미술가이기도 하고, 작품 보는 것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전시 제목이 뭐였는지 아세요^^
 
"우리의 마법같은 시간" 이구요
 
 
전시기획자의 글의 제목은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하는 끝없는 무능함' 이었습니다.
 
 
이 전시의 기획자는 마르코 타그리아피에로라는 평론가이자 큐레이터인데, 외국 사람이죠 ^^
 
전시기획자의 말이 한 장의 종이에 적혀있었는데 조금 옮기겠습니다.
 
시간/공간의 다양한 층위들의 공존에 관한 성찰과 지각 오류에 관한 연구는 현대 미학 논쟁의 핵심을 이룬다. 인간은 간헐적인 방식으로 현상을 지각하는 듯 하다. 그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드을 지각할 때 이미 자신이 겪었던 유사한 사건에 관한 기억을 토대로 그것을 끼워 맞춘다..... 중략 ...
 
현재에 정신을 집중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수천 년 동안 많은 명상 기법들이 이것을 시도해왔고 심지어 시각 예술가들조차 이 문제에 얼마간 기여를 해왔다. 예술가들은 언제나 관람객들이 찰나적인 순간에 관여하여 진정한 관조를 위해 주의를 집중하도록 만들고자 했다.... 중략..
 
만약 우리가 현실을 사유하는 데 온 정신을 집중할 수 있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시계를 멈추라. 1초 정도는 어림없다! "우리의 마법같은 시간", 결코 1초가 아닌 적어도 한 시간, 시선을 고정시킬 수 있는 동안의 시간. 그러나 내가 이런 생각들을 적어 내려가는 순간, 마치 우리 자신만이 전 인류를 대표하는 듯 범주화를 행하는 유럽인의 이기심이 어느 정도인가를 절감하는 불편한 기분이 엄습했다. 동양인들은 명상을 통해 시간을 멈춘다. 그러므로 "우리의 마법같은 시간"은 사실상 시선을 통제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의 무능함, 발가벗겨지고 제 자신을 직시한,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바로 본 우리 자신의 "문제"를 가리킨다. "우리의 마법같은 시간"은 한 순간이나마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본 우리 자신이며, 이것은 우리의 질식할 것 같은, 무제한적인 유아론唯我論 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호호호 시간을 멈추는 마법같은 것은 없겠죠, 착각이죠. 약간 안되었다는 느낌과 반가운 느낌과 고소한 느낌(나쁜 거죠, 그래도 그냥 그랬어요 -_-;;)이 들었습니다.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에 충분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두 작품 정도는 꽤 인상적이었지요.
 
'동양인들은 명상을 통해 시간을 멈추는 것'(ㅋㅋㅋ)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흩어놓는 무수한 시간 속에서 흔들리는 감정이 아니라 진짜 느낌을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기획자는 시간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허무함을 느끼나봐요. '마르코 타그리아피에로 씨에게도 위빠사나의 경험이 필요하겠어. 음음.' 그런 생각을 하며 버스 안에서 글을 보며 히죽거렸죠. 
 
암튼 조금은 더 따뜻하고 밝아진 제 마음과 이전에도 있었으나 느끼지 못했던 세계를 빼꼼히 열리게 한 경험을 하게 해주신 제 자신과 스님과 함께 수행하였던 분들과 호두마을 분들과 스님의 이야기에 등장하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다시 뵙겠습니다.
 
^ㅅ^ 
 
 

청심   07-03-29 19:10
이번에 좋은 인연으로 함께 법문을 듣게 되어 기뻤습니다..
저는 남이 옳다는 생각 그르다는 생각도 가지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니까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더군요... ^ㅅ^
늘 행복 하시길 빕니다..
보풀   07-03-29 21:08
네 ^^ 좋은 인연이었어요.
감사합니다.
마을지기   07-03-30 09:14
보풀님
수행후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우리의 마법같은 시간"은 사실상 시선을 통제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의 무능함, 발가벗겨지고 제 자신을 직시한,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바로 본 우리 자신의 "문제"를 가리킨다. "우리의 마법같은 시간"은 한 순간이나마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본 우리 자신이며, 이것은 우리의 질식할 것 같은, 무제한적인 유아론唯我論 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발가벗겨진 자신의 모습을 직면(주시) 하는 것'...
그것이 '위빠사나 수행'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5박 6일 동안 인터뷰실 청소 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몸은 완쾌 되셨는지요?
바뀐 환경과 먹거리에 적응하느라..
몸이 자연스럽게 일으킨 반응일 거예요^^
빠른 쾌유를 빕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호두마을 합장
보풀   07-03-30 15:42
엊그제 일이지만 ^^ 제가 너무 긴장을 했었나봐요.

지금은 아주 좋은 상태랍니다. 몸도 마음도요 ^^

감사합니다.


마을지기님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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