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똥 싼 이야기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06-09-28 21:37     조회 : 7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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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미얀마라는 낯설고도 먼 이국땅에서 명상을 공부하며 얻은 가장 좋은(?) 경험이었기에 이 내용을 적기로 했다 -

나는 쉐오민 명상센터로 가서 비구(스님)가 되었다.
스님들은 아침식사를 마친 후 모여서 탁발(마을을 한바퀴 돌며 밥을 얻는 일)을 하기 위해 일렬로 줄을 선다. 기후 탓인지, 음식 탓인지 이때쯤이면 아랫배가 살살 아팠다. 하지만, 그리 심한 정도가 아니어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고, 마을을 조금 돌다보면 괜찮아졌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어이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날도 출발 전에 배가 약간 아팠지만, 여느 때와 같이 괜찮으려니 생각하고 탁발을 나갔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출발한지 5분 정도 밖에 안 되었는데 배가 상당히 아파오기 시작했고 용변이 급해졌다. 하지만, 탁발을 마치려면 보통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평소에 탁발하며 돌던 마을길은 재미있고 오히려 짧게 느껴졌는데, 이날은 이쪽 길을 돌면 저쪽 길이 나오고, 이 길만 지나면 끝이겠지 하면 또 다른 길이 나오는 것이었다. 점차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괴로움으로 범벅이 되어갔다.

이쯤해서 탁발 풍경에 대해 잠시 설명을 해야겠다.
사오십 명의 스님들이 약 100미터 가량 줄을 지어 마을로 걸어가면 주민들이 자신들의 집 앞에서 방금 지은 밥을 들고 기다리고 서 있다. 그리곤 스님들이 한명씩 지나갈 때 마다 한 숟갈씩 정성스럽게 밥을 퍼주고, 준비해 온 밥을 다 주고나면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나 있거나, 바닥에 엎드려 삼배를 하고 행렬이 다 지나갈 때 까지 합장을 하고 있기도 한다. 또한, 이 시간대에 일터로 출근하는 마을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이들 역시 길 옆으로 비켜서서 행렬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다가 다시 가던 길을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공양 보시를 하는 마을사람들 중에 아주 인상적인 아가씨가 한명 있는데, 그녀는 아주 천천히 자신이 준비해온 밥을 퍼서 스님의 발우(밥그릇)에 밥알을 흘리지 않게 정성스럽게 옮겨 담아준다. 그래서 그녀의 느린 동작 때문에 그 앞에서는 늘 스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밥을 받는다. 한 스님은 그녀의 그런 정성어린 태도에 늘 감사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하루도 빠짐없이 벌어지는 이 탁발 광경은 참으로 성스럽고 진지한 의식을 보는 듯 하다.

그러면,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자.
나는 점점 용변을 참기 어려운 지경이 되어갔고, 나중엔 걷기조차 힘들게 되었다. 하지만, 말했듯이 탁발의 분위기는 꽤 진지한 분위기였고, 내 뒤로도 몇 명의 스님들이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 나아가고 있는 이 행렬의 중간에 낀 나는 갑자기 멈춰 서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아무 집이나 들어가서 용변 볼까도 생각했지만, 먹는 밥그릇을 내려놓고 용변을 본다는 것도 꺼림칙하게 여겨졌고, 승복을 다시 벗었다 입을 생각을 하니 그것도 엄두가 나질 않았다. 왜냐하면, 미얀마의 승복 입는 방법은 꽤나 복잡해서 신참인 나로서는 한번 그 복장을 하려면 20분 정도 걸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용변을 보지 못하는 괴로움으로 온갖 번뇌에 휩싸여 있는데, 이게 웬일인가? 갑자기 스님들의 행렬이 정체되어 있었다. 앞을 보니, 바로 그 공손한 아가씨 때문이었다. 이때는 늘 고맙게 여겨지던 그녀가 왜 그렇게 밉던지...

사경을 헤매던 나는 드디어 센터로 들어가는 마지막 길을 남겨 놓게 되었고, 몇 번씩은 다리를 비비꼬며 어려운 고비를 넘겨야 했다. 하지만, 화장실을 가기 위해 기숙사 건물로 들어서는 순간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치마처럼 된 승복은 속옷 없이 입기 때문에 난 배설물을 복도에 조금씩 흘리며 화장실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난생 처음 겪는 황당하고 끔찍한 일이었다. 화장실을 나왔을 땐 다른 나라 스님들이 바닥에 떨어진 배설물들을 청소하고 있었다. 나는 ‘미안하다’며 2층의 내방으로 올라갔고, 그들은 ‘늘상 있는 일이라며’ 나를 위로하는 말을 했지만 여간 창피한 일이 아니었다.

이날 저녁, 나는 한 스님에게 아침에 겪은 일을 얘기해 줬다. 그랬더니 그 스님이 웃으며 하는 얘기가,
“참, 스님도 지혜가 없습니다. 그 정도로 죽겠으면 대열에서 빠져나와 화장실에 가야겠다는 의사만 표시해도 사람들이 도와줄 텐데 왜 그 고생을 했습니까? 그러고 나서 혼자 천천히 걸어오면 되지 않습니까? 세상에 꼭 이렇게 돼야한다는 정답이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내 방으로 돌아와서 앉아 있는데, ‘내가 왜 그렇게 그 상황에서 심각했었는가?’ 하는 생각이 문득 내 머리를 쳤다.

‘내가 이렇게 세상을 심각하게 살고 있었구나!’

순간, 나 자신이 굉장히 우습게 느껴졌고, 한편으로 풀리지 않는 삶의 문제가 하나 해결된 것처럼 머리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심각한 태도를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수없이 볼 수 있게 되었다. 일어설까 말까, 방을 나갈까 말까, 샤워를 할까 말까, 다른 사람한테 말을 할까 말까, 부탁을 할까 말까, 이래도 되나, 저래도 될까... 등등 너무나도 많은 순간들이 그랬다. 그 사실을 알 때 마다 웃음이 나왔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은 일에도 내 마음은 금세 심각해졌다.

나는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마음이 좁아져서 한 가지 문제에 붙어 꼼짝을 못하면(이것이 우리가 흔히 집착이라고 부르는 것일 것이다) 좌우를 둘러볼 수도 없고 여유가 없어져 상황은 더욱 악화되게 마련이고, 스스로 심각해져서 급기야, 자신을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내 경험이 바로 그러한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난, 수없이 이런 식으로 매순간 스스로를 괴롭히고 살고 있었다.
마음을 열어라, 마음을 열어라 하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이 이야기와 같이 미얀마에서 공부하는 동안 내게 깊은 인상을 준 ‘우 조티카 사야도’의 말을 하나 더 인용하고 싶다.

People are unique.
So we must be creative. It is natural thing.
(사람들은 각자 독특하다. 그래서 우리 각자는 창조적이어야 한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첫 번째 문장만 우 조티카 스님의 말이고 뒤에 두 문장은 내가 따로 붙인 말이다.
이번에 몇 명의 비구들과 몇 개의 질문을 가지고 우 조티카 스님을 직접 방문해서 법문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때 스님은 말씀 중에 명상공부는 재미있고 흥미로워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 그리고 각자에게 맞는 그러한 일들을 찾아 놀이처럼, 게임처럼 명상을 하라고.
이 또한 명상을 공부하는 방법에 있어 나에게 많은 전환을 가져다주었고, 도움을 주었으며 무엇보다 자신감을 얻었다.

공부를 하며 늘 머리 속에 떠나지 않는 질문이 ‘어떻게 해야 명상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였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고서는 하루 종일 끊어지지 않게 명상을 놓치지 않고 이어간다는 것은 답이 나오질 않았고 불가능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재미와 흥미를 가질 수는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내가 찾은 답은 ‘창조적이지 않고는 계속해서 흥미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들 각자는 독특하다’ 는 말은 시처럼 매우 의미가 깊은 말이다.

내가 용변을 해결하지 못해 죽을 고비를 넘긴 끔찍한 경험처럼, 남들에게는 너무나 쉽고 우스운 상황인데도 누군가에게는 매우 심각하고 괴로운 일들이 우리들 각자에게는 많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 순간 그 사람의 마음이 좁아져 있기 때문일 것이고 어리석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남이 나와 같지 않다고 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꾸짖거나 비방할 때가 많이 있다.
우리들 각자는 독특하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는 남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 이 말을 자꾸 떠올려 본다.

끝으로, 미얀마에 명상을 공부하러 다녀온 후, 가장 나의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는 두 가지 이야기를 선택한 것이니, 내용상 다소 불편한 점이 있었더라도 읽는 분들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

Dont be serious!
(심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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