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9박10일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06-09-28 21:40     조회 : 6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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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호두 마을을 처음 찾게 된 것은 지난 6월 중순경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여름휴가를 알뜰하게 보낼 수 있을지 탐색하고 궁리한 끝에 아는 언니로부터 이야기 중에 잠깐 흘려들은 호두마을이 기억났고 바로 인터넷을 통해서 수련기간을 알아보니 주말수련과 집중수련 기간이 나와 있었다.

  처음 답사 겸 주말 수련에 참석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자면 좌선 때는 쏟아지는 졸음과 나른하고 무거운 몸을 주체할 길 없었고 행선 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불안정 했던 몸은 그대로 나의 마음상태를 대변해주었다. 수행이 몸에 익어 열심히 하고 계시는 분들이 부럽기만 하였다.

  그러나 그냥 한 번 해볼까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왔던 내가 ‘하면 되겠지? 될 때까지 해보자!’라는 목표의식과 결심을 안고 돌아올 수 있었다. 그것이 처음 2박 3일 수행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꼭 한 달이 지난 7월 달, 두 번째로 찾아오는 길은 처음 보다 긴장감이 덜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 휴가를 그저 적당히 잘 보낼 수 있으면 되겠다는 아주 단순하고 소박한 생각으로 나의 수행은 계획되었다.
  
   5박 6일로 잡혔던 집중수련이 9박 10일로 바뀌었고 덕분에 그 기간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행운(?)을 안게 된 것이다.

   오후 3시경에 도착하여 등록 절차를 밟고 예불문과 수행 일정표가 들어있는 수행 안내지를 받고 배정된 방으로 갔다. 문을 여니 후덥지근하고 잠시도 머물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찜통 방이었다. ‘잠시라도 등을 대고 좀 쉬면서 하자’하고 마음을 가라 앉혔다. 며칠 후엔 그런 생각이 깨끗하게 사라질 정도로 완벽한 조건이 갖추어진 환경으로 느낄 수 있었고 모든 것이 감사했다.

  2박 3일 수행을 했다지만 뭐가 뭔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어리둥절한 상태인 나는 오후 4시에 수행 시작 전 대성스님의 초보수행자를 위한 수행안내에 또 다시 참여하였다. 처음엔 수행 일정에 대해서 내심 불만스러웠다.
  첫날은 밤 10시 그 다음날부터는 새벽 4시에서 밤9시까지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수행시간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아침 공양시간 후의 청소시간, 공양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모두 행선과 좌선시간이었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는 일정이었지만 잠시도 끊어짐 없는 마음챙김 하라는 것으로 나중에서야 이해가 되었다.

    7시 반, 저녁예불과 사야도의 입제법문으로 수행은 시작되었다. 혜송스님의 또랑또랑하고 카랑 카랑한 빨리어의 아름다운 예불문의 선송은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평화를 느끼게 하였고, 예불을 마치고도 그 울림의 여운은 한동안 편안함을 주었다. 특히 날마다 사야도의 법문에 대한 공덕회향과 자비관을 할 땐 한없는 평화로움과 잔잔한 기쁨의 감동으로 눈물이 맺히곤 하였다. 첫째 날 법문은 싸띠파타나 위빠사나 수행법에 대해서 설해주셨다.
  사념처에 대한 관찰과 수행자가 수행을 잘 할 수 있도록 갖춰야 되는  조건 3가지(노력, 싸띠, 지혜) 그리고 수행을 했을 때 얻어지는 공덕에 대해서 세세히 설해주셨다.

  우리 속담에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수행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귀한 법문이 내 것이 되기에는 무수한 시간에 걸쳐 수행하는데 필요한 조건 3가지와 힘 5가지(五力)가 균형을 이룰 때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될 때까지 해야겠다는 발심이 되었다.

  40명이 넘는 수행자들의 모습에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열심히 안할 수 없는 분위기로 인해 잘하고 싶다는, 꼭 해내고 싶다는 탐심이 첫째 날과 둘째 날은 날 사로잡고 있었다. 그러니 애써서 바라봐도 호흡에 대한 관찰은 물론 다른 대상에 대한 집중도 내내 어렵고 짜증이 나는 상태로 조급한 마음이 치성하였고 늘 비교하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정말 지극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계시는 수행자들을 보면서, 그리고 사야도께 수행 점검하는 시간엔 다른 분들이 길고 세세하게 보고 드리는 모습이 부럽기만 했다.  난 보고할 내용이 없어서 그것 또한 고민스럽고 괴로웠다.  울고 싶을 정도로……. 그러는 나의 마음을 마치 꿰뚫어 보시는 듯 그 때에 맞춰서 해주시는 법문은 포기하려는 마음이나 게으른 마음을 힘과 용기를 내어 발심하도록 돌려놓곤 하셨다. ‘그래, 금생에 도와 과를 성취 못하면 할 때까지 해내야지! 그 마음만큼이라도 유지되어지이다!’ 하고 기도하듯 간절한 마음으로 좌선과 행선 짜여진 시간표대로 열심히 정진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정진력도, 관찰력도 열등생이었다. 그렇지만 첫날 아침 기상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수련규칙, 9계에 충실하기를 다짐하면서 노력한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내 몸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변화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지독히 허약하여 공식적으로 움직여야 되는 시간외엔 누워서 쉬어주는 일이 몸을 챙겨주는 일로 여겨온 나였다.  그렇게 하면서도 그런 내가 불만스러웠다. 바꾸어 보고 싶은 행동습관 중의 하나가 눕거나 기대어서 쉬는 습관이다. 먹는 것도 또한 많은 양을 먹는 것도 아니었지만 먹고 나면 몸이 무겁고 움직이기 싫고 상황대로라면 그대로 비스듬히 누워 한 숨 잤으면 하는 욕구가 늘 따라다녔다.

수행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최소한 양으로, 그야말로 몸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의 양을 섭취 했으며 좌선. 행선. 일상에 마음 챙김 하는 것을 실천 해 보았다.  물론 점심 공양 이후엔 물 만 마시고 곡물과 씹어 먹는 것을 일체 삼가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렇게 3, 4일이 지나고 5일이 지나면서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몸이 불가마처럼 뜨거워지면서 특히 뜨거운 손의 열기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리고 왕왕 예전에 아팠던 곳에서 솟아나는 열기도 대단하였다. 차츰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도 맑아지면서 커피를 마셔서 개운한 마음과 몸의 상태와는 전혀 다른 상쾌함, 맑음, 그리고 고요함도 함께 했다. 시간이 흘러 갈수록 이젠 좌선도 행선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졸리고 흐릿한 상태가 아닌 맑은 정신으로 좌선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들 어깨 결림, 가려움, 아리는 통증 등을 알아차리고 사라짐을 바라보는 동안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지 못하고 몰입되기도 하는가 하면, 어떤 시간은 졸음과 혼침 때론 망상이 가득했다. 그렇지만 망상을 알아차리고 대상에 머물러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어느새 9박 10일의 일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직접 몸으로 얻어진 또 하나의 깨달음은 그동안 난 필요이상으로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취하며 살아왔음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이번 수행에서 터득한 대로 단순한 삶을 살아보고자 한다.

  수행에서 얻은 좋은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 마음과 놓쳐 질까봐 불안해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한결 가볍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일상생활에서 지칠 때 호두마을을 찾으면 된다는 안도감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집중수행을 끝까지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사야도의 자비심 있는 법문과, 사야도의 법문을 온전히 전달해주시려는 혜송스님의 열정과 도와주시고 함께 해주신 대성스님이 계셨다. 그리고 수행을 잘 할 수 있도록 대중공양을 올린 보시자와 공양을 지어주신 공양주 보살님, 호두마을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열심히 수행을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수행이 끝나고 10여일이 지난 지금도 감사함으로 기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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