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물의 의미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06-09-28 21:49     조회 : 6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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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행동기

지난 3월 초순을 기점으로 내 인생에 큰 전환기를 만났습니다.

대학 졸업 후 약 23년 동안 불철주야 앞만 보고 달려왔던 회사생활을 그만 두었기 때문입니다.

매일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규칙적인 일상에서 이탈하여 갑자기 많은 시간을 얻고 보니 지나온 과거사와 수많은 상념들이 노도처럼 밀려왔습니다.

좀더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수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며 하루하루를 전쟁을 치른 듯 살아온 것 같았습니다. 후회스런 일도 많았고, 같이 지내온 몇몇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자꾸만 커져왔습니다.

앞날에 대한 절망과 두려움도 밀려왔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과거와 미래에 대한 망상으로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혼탁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하여 서적도 뒤적이고, 친구와 만나 술과 이야기도 나누고, 열심히 운동도 하였으나  그 어떤 방편도 나의 마음을 근원적으로 평안하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생을 살면서 가끔은 자기 굴레를 벗어나 홀로 떠나는 여행을 시도해 보라는 조언의 글을 자주 접했습니다. 홀로 떠나는 여행을 통하여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도 있고, 좀더 객관적으로 자기 인생을 관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눈과 귀가 솔깃했지만 매번 실천을 앞두고는 용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어디를 여행할까 궁리하고 있던 차에 호두마을을 소개하는 책자를 만나게 됩니다. 주저없이 인터넷으로 5박6일간의 집중수행 과정을 등록하였습니다.

불교에 대한 개념과 지식도 미천하고, 특히 위빠싸나 수행방법에 대한 경험도 부족하지만 이미 내 마음에는 명상과 수행을 배우고 싶은 충동으로 가득 찼습니다.

호두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수행 방법에 대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머무르는 동안 묵언할 것과 오후불식 그리고 다른 수행자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여러 주의사항을 교육받았습니다.

수행방법은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간단했습니다. 1시간 좌선에 1시간 행선을 그냥 반복하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매 순간 내 몸과 마음에 일어났던 느낌을 기억했다가 간단한 글로 작성한 후 정해진 시간에 지도법사 스님과 상담 지도를 받는 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신수심법(身受心法)을 대상으로 알아차림과 마음집중 수행을 통하여 인간의 근본적인 번뇌인 삼독(貪瞋痴)을 없애고, 평상심을 잃지 않는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신심(信心)이 내 마음에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이리도 단순하면서도 간단명료한 방법으로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물에 빠진 놈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작정 시키는 대로 해보았습니다.  좌선시에는 호흡하는 동안 아랫배에 일어남과 사라짐에 명칭을 붙여가며 집중하다가, 다리나 어깨 등의 다른 신체 부분에 통증이 오면 그 통증을 대상으로 마음을 밀착시켜 집중적으로 관찰하였습니다.

배 호흡이나 통증의 생멸(生滅)을 관찰하다가도 순간순간 과거나 미래에 대한 수많은 망상이 계속해서 밀려옴을 알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망상~ 망상~” 호칭을 붙이며 망상에 순간적으로 젖어있는 나를 탈출시켰습니다.

대체로 무릎의 쑤심과 절임 통증을 참고 견딜 수 있을 때까지 견디다가 좌선을 풀곤 하였습니다.

행선은 최대한 천천히 걷는 동안 발바닥에 닿는 느낌을 관찰하였는데, 좌선보다는 훨씬 수월했습니다. 양말을 신고 걷는 것보다 맨발로 걸어보니 발과 바닥이 닿는 느낌이 훨씬 좋았습니다. 좌선 때보다는 집중도 잘되고 망상도 훨씬 적은 듯 하였습니다.

어언 5박6일 집중수행 일정이 마무리 될 쯤에 그동안 같이 수행한 도반들이 대법당에 같이 모여 앉았습니다. 회향을 앞두고 일종의 자자(自恣)시간인 듯 합니다. 그동안 묵언으로 인해 서로 인사말도 제대로 못했는데 빙 둘러앉은 순서대로 간단한 자기소개와 수행 소감을 말하는 식이었습니다.

이윽고 내 차례가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사교적이고 말도 잘하던 내가 갑자기 목이 콱 잠겨오더니 말문이 막혀왔습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 내렸습니다. 어찌 주체 할 수 없는 그런 눈물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몇 날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평소 냉철하고 강인하게 살아온 내가 그런 자리에서 왜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는지 말입니다.


ㅁ 내 눈물의 의미

묵언은 마치 내 마음이라는 그릇 속에 담겨있는 혼탁하고 흐려진 개체들을 차분히 침잠시켜 그 아래에 숨어있는 내면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옮고 그름의 분별력과 냉철한 이성 등의 개념으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청정한 그대로의 본성을 묵언과 참선수행으로 난생처음 들여다 보았습니다..

순간순간 스치고 지나갔던 번뇌와 망상의 수많은 원인들도 마치 퍼즐게임의 작은 조각이 맞추어 지듯 서서히 그 베일이 드러났습니다.

내가 왜 여기에 와야 했는지, 무엇 때문에 고뇌로 몸서리를 겪고 있는지, 진정으로 무엇을 소망하고 있는지, 내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등등의 수많은 질문을 자신한테 퍼붓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에...

더 많은 것을 소유해야겠다는 욕심과 집착 , 더 높은 명예와 직위만을 탐닉하려던 가식과 가면을 쓰고 있는 내 자신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오랜 동안 마음 한구석에 끈질기게 자리 잡고 있던 분노와 적개심의 대상들에게 도대체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와 허무감이 동시에 그 뒤를 따랐습니다.

그리고는 이 모든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커다란 의문이 불쑥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그토록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가치와 의미가 크게 변화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번뇌에 사로잡혀 가위눌린 마음을 내려놓는 것은 의외로 쉽고 간단했습니다.
그냥 마음을 다잡아 훌렁 벗어버리고 나니 날아갈 듯 가벼워집니다. 또한  용서와 참회의 마음이 샘솟듯 솟아오르면서 돌연 마음은 평안으로 가득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내가 펑펑 흘린 그 눈물은 기쁨의 눈물이었을 겁니다.

이제야 무상(無常)과 무아(無我)라는 진정한 의미를 만나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격 하였겠습니까? 또한 용서와 참회의 눈물이기도 하구요.

짧은 집중수행 기간동안 이러한 체험을 할 수 있었음이 내게는 무한한 축복이요 행운이었습니다.

이제는 세상살이에 또다시 마음이 혼탁해지면 가만히 내려놓는 지혜와 방법을 알았으니 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부디 마음 한 뜰에 호두마을에서 얻은 자비와 지혜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나길 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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