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행복을 가져다 준 시간 - 1
  글쓴이 : 마을지기     날짜 : 06-10-10 20:06     조회 : 8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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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싸나 수행기


  [첫번째 집중수행]

  남편이 지난 5월에 호두마을을 다녀온 뒤로 나에게 방학하면 꼭 한번 다녀왔으면 좋겠다며 여러 번 권했지만, 나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채 그냥 두 달을 보냈다. 그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야 하늘만큼 컸지만 집안 일이 마음에 걸렸다. 무엇보다도 내가 수행을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마음으로 두려움이 앞섰다. 남편은 수행을 잘하고 왔는데 난 가서 밥만 축내고 오면하는 생각에 붙들려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그 동안 방학기간을 활용해 요가지도자 과정과 독서지도사 과정을 수료하며 나름대로 보람 있게 보냈었는데, 이번 방학은 아직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었다. 내심으로는 호두마을에 가 볼 것이라고 결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방학하는 날 남편에게 호두마을 수련기간이 언제냐고 물었더니 바로 다음날부터 집중수련이 있단다. 남편은 마치 내가 가겠다는 말을 기다리고나 있었던 것처럼 호두마을에 등록하는 일에서부터 차표를 사는 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해버린다.


  짐을 대충 챙겨주면서 호두마을에 가는 지도에 시내버스 시간표까지 준비해 손에 들려주면서 등을 떠민다. 식사준비를 하나도 못해놨다고 하자,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오라며 아들들까지 대동하여 터미널까지 바래다준다. 그날 아침,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지만 남편은 기분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러나 난 내심으로 걱정이 앞섰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런 표정을 읽었는지 남편은 가방을 들어다주며 걸어서 올라가려면 힘들겠다고 걱정을 해준다. 난 그때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남편과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낯선 천안을 향해 버스에 올랐다.


  광덕사행 시내버스를 타고 호두마을 입구에서 내렸다. 비는 온데간데 없고 뜨거운 햇살만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한눈에 평화롭게 느껴졌다. 차에서 내리자, 길가에 대기해 있던 경운기 한대가 마치 우리를 반기는양 요란하게 시동을 건다. 시내에 다녀오는 아주머니를 모시러 온 모양이다. 나는 무조건  태워달라며 경운기에 가방을 던져놓고 짐칸에 올라탔다.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며 요란한 소음과 함께 출발하는 경운기에 몸을 맡기고, 동네 풍경을 감상하는 맛은 대단했다. 평화롭고 여유로운 농촌마을이었다. 경운기를 모는 농부는 호두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다.


  호두마을로 가는 도중에 개울가에 앉아 손도 씻고, 땀도 식히며 준비해 온 간식으로 요기를 했다. 삶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가방을 둘러메고, 나의 마음 쉴 곳을 향하여 걸음을 옮겼다. 조용하고 맑은 기운이 나를 반겨주었다. 사무국에 들러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사무국장님의 말씀을 들으며, 시원한 매실차도 얻어 마시고 숙소배정을 받았다. 시간표를 받아든 순간 휴식 시간이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걱정이 앞섰다. 하루 종일 수행만 하라는 것일까?


 <> 첫째 날 7월21일 수행시작

  7월21일 호두마을에 들어온 첫날, 오후 5시 드디어 수행 일정이 시작되었다. 큰 법당으로 들어가는 마음이 문득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수행을 잘 해야 된다는 생각이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맨 앞자리에 수행좌를 깔았다. 부처님 바로 앞에 앉아야 졸음도 이겨내며, 수행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입제식을 마치고 한시간 좌선을 했다. 새로운 분위기에서 어색한 수행 첫날이 시작된 것이다.


 <> 둘째 날 7월 22일 방황

  새벽 4시부터 시간표대로 수행에 임했다. 느리게 움직여지는 모든 것들이 생소하게 느껴졌고, 뭐가 뭔지도 모르는 채 또 하루를 보냈다.


<> 셋째 날 7월 23일 집중

  어김없이 4시에 법당에 앉았다. 가슴만 답답할 뿐 집중이 되지 않았다.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기만 하면 바로 뭐가 될 줄 알았는데, 이틀이 지나도록 아무런 느낌도 얻지 못한 것이다. 알아차림과 집중 할 수 없다는 초조감이 조급증을 만들어 냈을까. 오전 8시에 부처님께 새로운 다짐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한 시간마다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소리가 가슴을 흔들며 들려왔다.


  문득 숨도 못 쉬게 다급해지는 마음과 오기가 생겼다. 󰡐이대로는 물러설 수 없다. 그냥 이렇게 일어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분심을 내었다. 9시를 알리는 소리를 무시하고 일어나지 않고 그냥 단전을 바라보며 계속 앉아 있었다. 그 순간 아랫배에 뭔가 콕 찌르는 느낌이 들면서 갑자기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마치 나비가 펄렁펄렁 하는 느낌과 가슴과 겨드랑이에 강하게 펄렁이며 상체에 큰 요동이 일어났다. 내 주위를 따뜻한 기운이 감싸며 커튼을 두른 것 같았다. 나 혼자만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밖에서 큰 소리가 들리는데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냥 소리로만 들렸다.


  한참 후에 아랫배에 팔랑거림이 내려앉았다. 배 아래에 있는 내 몸뚱이가 갑자기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면서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내 마음은 훨훨 허공 위에 떠있고, 몸은 내 몸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고개가 왼쪽으로 들리면서 몸이 왼쪽어깨 너머로 쏠리더니 강하게 잡아당기는 느낌이었다. 손은 아래쪽에서 당기는 것 같고 마치 어떤 전류가 흐르는 듯 짜릿하더니 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듯 하였다.


  기쁜 마음이 일어나면서 눈물이 왈칵 솓았다. 몸이 금방 아래로 툭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하는 순간 몸은 그대로 허공에 떠 있었다. 얼마나 신비한지 지금 내 몸의 상태가 어떤지 아래를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난 그냥 그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서 눈을 뜨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호흡은 아랫배에서 미동하지 않고 바늘구멍에 실이 타고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정도의 미세한 움직임만 느껴졌다. 그 상태를 유지하면서 내 몸이 굳어있는 것 같았다. 10시라는 소리와 함께 그런 느낌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가만히 눈을 뜨고 내 몸을 살펴보았더니 손도, 다리도, 고개도, 처음 그 자리에 있었다.


  부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절을 올렸다. 또 한 번 뜨거운 눈물이 앞을 가렸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헛된 시간이 되지 않았음에! 스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아낌없이 주신 가르침에! 오후 1시에 인터뷰가 있었다. 많이 발전했다는 스님 말씀에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다. 스님은 “그렇게 나타나는 여러가지 현상을 좋다는 생각도 하지 말고, 바로 호흡으로 돌아와야 된다고 지도해주셨다.


<> 넷째 날 7월 23일 평화

  10시 좌선시간 호흡에 집중하며 평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호흡이 가슴으로 올라왔다. 한참을 빠르게 움직이더니 몸이 위로 떠오르는 느낌이 있었다. 손은 허공에 있는데도 엄지손가락 두개를 큰 바위로 누르는 거 같았고, 다리는 새털처럼 가벼웠다. 고개가 왼쪽으로 들리면서 몸이 왼쪽으로 기울어져 오르는 것 같았다. 등 뒤에서는 폭포수가 떨어지는 듯 시원한 물소리가 났으며, 호흡은 온데간데 없었다. 아! 평화롭다. 정말 평화롭구나! 부처님께서 깨달음의 순간에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하는 망상을 해보았다.


  죽을 때 이렇게 죽는다면 참 편안하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상태를 유지하며 아랫배에서 가늘게 움직이는 호흡만 있었다. 부처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곧 공양시간이 될 것 같아서 또 걱정이 앞섰다. 집중상태를 유지하는 순간에도 빠르게 다른 생각들이 오고감을 느낄 수 있었다.


  11시입니다 라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아주 느리게 몸이 돌아오는 느낌을 알아차렸다. 눈이 얼른 떠지지 않았지만 공양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서히 눈을 뜨고 몸을 둘러보았다. 역시 내 몸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온 몸에서 힘이 다 빠져나간 것처럼 움직일 힘이 하나도 없었다. 천천히 몸을 움직여 공양 간으로 향했다.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평안하고 가벼웠다.


  오후 1시에 인터뷰를 받았다. 많이 발전하고 있다며 더욱 정진하라는 격려를 주셨다. 다음 시간 걱정 때문에 돌아오려고 애쓰지 말고 현재 시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라는 말씀이 있으셨다.


  3시 좌선 편안하게 호흡하고 있다가 몰입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리가 묵직해지더니 한참 후에는 새털처럼 가벼워졌다. 손은 약간 무거운 듯한 느낌 이었고, 몸은 가볍게 약간 떠 있는 듯 하였다. 고개가 왼쪽으로 들리는 듯 하더니 머리 위로 환한 태양이 비추고 있는 것 같았지만 덥지는 않았고, 하늘은 아주 청명하였다. 한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잠시 졸았던 것 같았다. 아주 짧은 순간 졸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알아차림 하려고 열심히 호흡을 찾았다. 이걸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한참 애를 쓰고 찾았더니 다시 몰입할 수 있었다.


  이번엔 다리가 천근만근이나 되는 것처럼 무겁고 손은 약간 무거웠다. 점점 다리는 가벼워지고 손바닥 한 중앙을 큰 바위돌이 누르는 것처럼 두 손바닥을 짓눌렀다. 그 힘은 아주 강렬하였는데, 내 몸은 오히려 가볍고 편안했다. 순간 또 망상이 들어온다. 남편의 수행기가 궁금해진 것이다. 나와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빨리 알아차림 하고 되돌아와 호흡을 찾았다. 아주 미세한 호흡이 있을 뿐 편안했다.


  그때 갑자기 내 몸에서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 듯 힘이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리도 끊어질 아팠다. 그러다가 서서히 아주 서서히 땅에 닿는 줄도 모르게 손이 돌아왔는데, 느낌이 없어서 손을 움직여 보고서야 돌아온 걸 실감 할 수 있었다. 천천히 눈을 뜨고 시계를 봤더니 4시 50분 이었다. 1시간 50분 동안에 그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부처님께 공손히 절을 드리는 순간 또다시 뜨거운 눈물이 한없이 흘렀다. 진정한 부처님 제자가 되겠다고 간절히 서원했다. 이런 상황을 스님께 제대로 말씀드리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기록을 하다보니 놀랍게도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 다섯째 날 7월 25일 명상

  가느다란 호흡만 사띠할 수 있었다. 얼마동안 그 속에서도 툭하고 졸음이 오고 찰나의 망상이 오갔는데 그때마다 망상, 졸음, 간단명료하게 알아차림하고 바로 호흡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행히 미세한 호흡을 놓치지 않고 붙들고 있었더니 훈훈한 기운이 내 주위를 약간 멀리 휘장처럼 쳐주었다. 나 혼자만의 느낌 그 속에는 미세한 호흡과 평화롭다는 느낌만 있었다. 뭔가 큰 변화가 있기를 바라며 긴장하고 호흡을 뚫어져라 바라봐도 변화는 없었다. 그때마다 긴 숨을 내쉬기를 몇 차례 했다. 그래도 되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때 ‘아! 너무 긴장해서 뭔가를 변화 시키려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을 풀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와 미세한 호흡만 관찰하였다. 그렇게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반가부좌한 다리에 엄청난 통증이 왔다. 고통을 무시해버리고 호흡에만 사띠를 하고 있었다. 호흡을 길게 내 쉬는 순간 평화로움이 깨어지고 말았다. 내 무릎위에 손이  느껴지면서 훈훈했던 휘장의 느낌도 없어지고 싸늘함을 느끼며 돌아왔다.


  오전 10시 인터뷰 시간에 스님께서 궁금증을 풀어주셨다. ‘통증을 바라볼 때 긴 호흡을 해도 안 되는 건 아닌데 자주 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 하다’는 지적과 함께 ‘몰입 상태에서 꼭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몰입 상태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보고 다른 생각 하지도 말고, 좋아하지도 말고 바로 돌아와 호흡을 보라는 경책의 말씀을 주셨다.


<> 다섯째 날 7월 25일 행선

  그 동안 열심히 행선하려 노력했으나 좌선처럼 몰입되지 않았었다. 마음이 자꾸 다급해져서 스님께 말씀드렸더니 행선을 직접 보여주시며 지도해 주셨다. 꼭 그렇게 해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그 느낌을 잊지 않고 잘 간직해두었다. 스님께서 다음날 수행 일정이 끝나는데 돌아갈 거냐고 물으셨다 지금 잘 발전해가고 있는데 너무 아쉽다며 남아서 수련을 더 하고 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었다. 집안 일이 걱정이 됐지만, 일단 스님의 말씀을 다시 생각해보기로 하고 내려왔다.


  오후 1시 스님이 지도해주신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행선에 들어갔다. 40분쯤 지난 뒤 바닥이 빙 도는 느낌이 오더니 갑자기 바닥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안경의 초점이 안맞아 그랬겠지 하는 착각이 들었다. 그때 가슴이 두근거리며 얼굴에 열이 확 피어올랐다. 발바닥의 느낌이 굉장히 부드러워지고 몸에 힘이 빠지면서 긴장이 다 풀리는 듯했다.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발바닥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의식은 계속 발바닥에 두고 있었다.


  얼굴에 편안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눈을 감고 걸어봤더니 몸의 중심이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흥분된 때처럼 몸 전체에 약간의 떨림이 있었다. 너무 좋아서 손을 뒤로 잡고도 걸어보고, 앞으로 잡고도 걸어보았다. 눈을 뜨고도 걸어보고, 감고도 걸어보았지만 아무 걸림 없이 자유자재로 걸을 수 있었다. 발걸음이 새털처럼 가볍고 부드러웠다. 한 40분 정도 그 상태를 유지한 것 같았다. 행선에서도 드디어 해냈다는 기쁨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부처님께 절을 올렸다.


  <>여섯째 날 7월 26일 회향법회

 5박6일간의 집중 수련이 끝나는 날이다. 긴장이 약간 풀어진 듯 한 마음이다. 그래서 새벽 이후로 집중이 되지 않았나 보다. 9시에 회향 법회를 위하여 법당에 모였다. 모두 각별한 인연이 있어서 천릿길을 마다 않고 모인 도반들이다. 예불을 마치고 둘러앉았다. 비로소 입을 열어 자기를 밖으로 내보이는 시간이었다. 자신을 소개하고, 호두마을에 온 목적과 수행담을 말하였다. 나름대로 목적과 수행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슴을 뜨겁게 하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게도 하였다.


  내 차례가 왔다. 남편이 내 등을 떠밀어 보낼 때 수련이 잘 되면 일정이 끝났다고 돌아오지 말고, 남아서 수행을 마치고 오라는 말이 생각났다. 남편 덕분에 이런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돼서 너무 좋았다는 것과 불이 붙으면 집에 오지 말고 불을 태우고 오라는 남편의 얘기를 전하며, 난 불을 더 태우기 위해 남겠다고 했더니 시선이 한꺼번에 나한테 집중되었다. 부끄러움을 느끼며 인사를 나누었다. 해송스님께서 남아서 번뇌를 활활 태우고 가라는 당부와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밖에는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점심공양 때는 다른 날과 분위기가 사무 달랐다. 얘기도 하고 같은 행선지를 찾느라고 공양간이 약간 술렁거렸다. 그토록 거세던 장대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쏜살같이 빠져나갔다. 마음이 싸하고 울컥해진다. 식구들이 걱정되기도 하고 남아서 정진을 잘 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되었다. 괜히 남는다고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안해진다.


  사무국에 들러 함께 방을 썼던 도반과 함께 넓은 통유리 밖의 풍경을 감상하며, 차를 나누는 여유까지 누리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숙소로 돌아와 새롭게 마음을 여미며 법당으로 올라갔다.


  오후 4시 좌선에 앉자마자 바로 집중 할 수 있었다. 두 팔이 양쪽으로 쫙 펼쳐지는 느낌과 함께 회색빛 바다가 나타났다. 나는 그 위에 앉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손을 양쪽으로 펼쳐지는 힘이 점점 강해지면서 호흡은 더 미세하고 평화로웠다. 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 돌아올 수 있었다.


  오후 7시 좌선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심하게 호흡을 하며 몰입되었다. 양팔에 강한 힘을 느끼는 순간 두 팔을 밖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느슨해지다가 다시 강해지기를 반복했다. 턱이 앞쪽 목에 닿을 정도로 고개가 깊이 숙여졌다. 강한 힘에 팔이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점점 팔이 벌어지더니 포개었던 손이 떨어지고 무릎 위에서 둥그런 모양을 하고 있었다. 목이 아프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갑자기 목이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완전히 넘어가서 등 뒤에 붙은 것 같았다. 남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에 돌아오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한참 후에 돌아왔는데 목이 많이 아팠다. 몸이 툭툭거리듯 큰 파장을 느끼며 깨어나서 완전히 돌아올 수 있었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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